게시일: 2016. 12. 31 오후 5:40:36
할 일 없는 날, 전자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글은 편식하지 않지만, 사실 무협지가 재미 있어 많이 읽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치 혼란이 많아서 일까? 무엇인가 도움이 될까 봐 고전들을 읽고 있다. 모파상의 단편 몇 편,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 알베뤼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고, 데미안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으면, 글에 따라 마음 껏 상상하는 즐거움을 좋아한다
모파상의 책은, 근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그들 내부에 존재하는 이성의 균열들에 따라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것들은 오늘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들과 비슷하여 흥미롭다. 단순한 구조의 모파상이 전달하는 문장은 오히려 다하고 복잡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마치 근대의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현재의 그 것으로 현상하면서.
야성의 부름은, 벅이라는 개의 모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벅이 갖가지 어려움을 해처 나가는 모습이 마치 어릴적 보았던 '명견 실버'를 생각나게 하여 재미있게 읽었다. 책 뒤에는 잭 런던에 대한 내용과 그의 의도에 대한 다소 간 설명이 있었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고 나서, 해답을 보는 느낌 이랄까? 그 것 역시 좋았다. 뭐, 니체의 초인주의와 위버멘쉬라는 용어는 처음 들었지만, 그야말로 '작가는 본인의 의도를 얼마나 강렬히 책에 내포 할려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요즘 읽은 책 중 압권은 이방인 이다. 모파상 이나 잭 런던의 책들은 진통제 역할을 하였지만, 카뮈의 책은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하였고 어느정도 보정하였다, 그렇다, 치료제 인 것이다.
나는 직장인 2년차 이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2학년, 학부와 석사 그리고 박사 과정 2년차에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같다. 빨리 끓어 올라, 열정 같은 것들이 모두 기화되어 버린 상태. 새로운 환경에 생존할 수 있는 어떠한 태도나 방법론을 알게 되어 또는 어느새 새로웠던 것이 익숙해져서 우울했던 모양이다.
카뮈의 책에서, 이성에 압도 당한 뫼뢰소란 인물이 주인공이다. 제국주의 시절의 풍요로운 프랑스에 사는 철저한 허무주의자 같았다. 그렇게 책을 어느 정도 읽으며, 뫼르소를 상상해 갔다. 희미한 미소와 깊은 눈으로 사람과 대화하며, 큰 감정의 동요가 없는 듯 한 사람. 다양한 일들을 큰 무리 없이 이해를 잘하는 듯이 보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얽혀 가는 다양한 일들을 읽어 나갔다.
이 책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마지막의 작가와 책에 대한 설명이 내가 이해한 내용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주인공을 동정했지만, 카뮈는 주위를 둘러싼 부조리에 대해 반항하는 철저한 저항자로 뫼르소를 출연 시켰다. 해설자는 말을 인용하면 카뮈의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카뮈에 의하면, 이성을 가진 존재인 인간은 합리의 욕망이 있는 까닭에 세계의 뜻을 알아 보고자 한다. 그런데 세계는 인간이 알아볼 만한 아무런 뜻 도 없다. 인간이 가진 '합리의 욕망'과 세계의 '몰합리'라는 두 개의 상반되는 것, 이러한 이율배반으로부터 생기는 모순, 그것이 바로 카뮈의 부조리이며, 인간이 피하지 못할 숙명,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누구나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의식이 졸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습관에 따라 기계적으로 일상생활의 쳇바퀴를 돌며, 인생의 뜻이 있는지 없는지 문제삼지 않는다. 그 처럼 졸고 있으면, 존재자의 의식일 수 없으므로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서 부조리를 완전히 인식할 때, 비로소 인간은 인간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카뮈에 따르면 부조리의 인식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부조리와 직면하여 모순을 해소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삶을 긍정하는 태도, 그 것이 반항이다. ...'
카뮈가 언급한 부조리에 싸울려고 하였으며,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패배하여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일까? 처음 어느 곳에 속하면, 전과는 다른 것이 있겠지 하며 삶의 속도를 높여 갔을 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오히려 그러한 부조리를 먼저 만났겠지.
기억 속에 나는, 뫼르소 처럼 반항을 한 시절도 있었을까? 과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이방인이라는 책을 읽고, 의지없이 나를 괴롭히는 존재를 당연히 받아 들이고,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알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것들은 꽤나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